주변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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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자고 넘는 고갯길, 조침령

조침령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서 양양 서림으로 백두대간 넘어가는 고갯길 입니다. 미시령, 한계령에 비해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도 2009년 여름에 미산계곡으로 가려다가 날이 저물어 진동계곡으로 발길을 돌려 하룻밤만 자고 가려했더니 나흘이나 머물다 가면서 조침령이란 고개가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새도 하룻밤 자야 넘을 수 있을 만큼 험하다는 조침령(鳥寢嶺) 이름이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워서 하룻밤 자다가 지금까지 8년째 조침령을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습니다. 
곰배령에서 흘러내려온 강선계곡이 진동리에 이르러 연가리계곡과 만나고, 아침가리계곡도 만나서 진동계곡이 되고, 좀 더 흘러 방동리에 이르면 방태산에서 내려온 적가리계곡을 만나 방태천이 됩니다. 418번 국도 조침령로는 그 방태천과 진동계곡을 거슬러 나란히 달리다가 조침령터널 앞에서 곰배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강선계곡과 헤어져 터널을 지나 뱀처럼 구불거리며 백두대간을 넘어갑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엔 산골에서 캔 약초와 곡식을 한 짐씩 짊어진 약초꾼들과 바닷가에서 짠내나는 생선과 소금을 실은 우마차가 조침령고개를 넘나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418번 국도(조침령로)로 진동리에서 양양까지 4~50분이면 충분합니다. 백두대간 품에 안긴 산골마을이긴 해도 동해 바닷가가 가까워 금방 넘어갔다 올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2017년 여름에 개통한 고속도로가 조침령 땅밑으로 12km 터널을 지나 서울에서 양양까지 쭉 뻗어있어 한결 더 빨라졌습니다. 
백두대간 고갯길이란 참 묘해서 터널을 사이에 두고 두 계절이 펼쳐집니다. 진동리가 속한 영서지방은 한 겨울인데, 터널을 지나자마자 양양에 속하는 영동지방은 꽃이 활짝 핀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양양에서 따뜻하게 있다가 터널을 지나자마자 눈보라를 만날 때면, '터널을 지나니 그곳은 설국이었다'는 <설국>의 첫 문장이 연상되는 그런 곳이랄까요. 늘 가던 한계령도, 미시령도 좋지만, 조침령도 조용하게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랍니다. 현리에서 조침령길로 들어서면 방태산 휴양림과 아침가리, 연가리, 조침령 옛길, 곰배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숲을 걷고 싶은 분들이라면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은둔자들의 숲길을 꼭 한번 걸어보시라고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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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화원, 곰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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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은둔자들의 마을, 
아침가리

정감록에 의하면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은둔지로 3둔5가리가 있는데, 인제의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곁가리, 명지가리와 홍천 내면의 월둔, 달둔, 살둔이 있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가리'는 계곡 옆에 밭이 있어서 살만한 곳이고, '둔'은 언덕 위에 밭이 있어서 살만한 곳이라 합니다. 그 중에 기린면 진동리에 가장 긴 아침가리계곡과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연가리가 있습니다. 
아침가리는 여름이면 계곡트레킹을 하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방태산 약수터 정상에서 비포장길을 걸어내려와 아침가리 다리(조경동 다리)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데에 5~6시간이 걸릴 정도로 꽤 긴 코스입니다. 계곡길이 가파르지 않고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길이 끊어지면 계곡을 건너기를 꽤 여러 번 하다보면 시원한 계곡물에 온몸을 흠뻑 적시지만 더위도 식히고 자연의 기운도 듬뿍 받고 마음의 위안도 받는, 보기드문 옥빛 청정계곡입니다. 
아침가리 다리를 건너면 30~40여년 전에 50여가구가 살았던 꽤 큰 밭과 평지가 산세에 둘러싸여 있고, 아주 작은 학교도 아직 남아 있지만, 화전민을 철수시킨 후론 약초꾼 한 분만 남아있는 사라진 마을입니다. 그곳을 지나 계곡은 계속 이어져있는데, 그 끝을 찾아가는 여정에 아름다운 비경이 숨어있습니다. 
일제시대에 남한에서 가장 긴 계곡으로 인제 북리에 있는 인북천이라고 공식발표되어 있지만, 현대의 GPS로 측정하면 아침가리계곡이 더 길다는 비공식적인 자료도 있습니다. 아침가리계곡의 물이 가장 긴 여행 끝에 한강을 지나 서해까지 도달한다는 뜻입니다. 아침가리계곡이 합류하는 진동계곡에도 열목어가 살지만, 아침가리계곡은 열목어의 서식처라 할만한 곳입니다. 
아침가리는 여름도 좋지만, 겨울에 얼음이 얼어도 눈이 내려도 황홀한 곳입니다. 언 계곡을 따라 걷기만 해도 딴세상에 들어서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답니다. 
아침가리를 오시려면 진동계곡 마을회관 앞 주차장으로 와서 계곡을 따라 거슬러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을 추천합니다. 
주변 맛집으로 진동산채, 용추골순대, 방동막국수, 방태천막국수와 조침령새터 약초까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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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꾼들의 숨은 길, 연가리